밥

2021. 7. 14. 10:10ㆍ끄적이다


“우리는 밥을 참 잘먹는데, 얘는 누굴 닮았지?” 아내와 내가 첫째를 두고 종종하는 대화다. 체중관리 하자고 적게 먹은 적은 있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는데. 여전히 우리는 잘먹고 사는데 첫째는 당최 누굴닮아 저렇게 밥을 잘 안먹는지 궁금했다. 첫째는 아기때도 좀 유별났다. 모유를 충분히 빨지 않아 엄마를 꽤 고생시켰는데, 분유는 입에도 대지 않아 하루에도 몇번씩 수유를 했다. 우리의 화두는 늘 애가 배고프지 않을까, 모자르지 않을까? 분유는 왜 안먹지? 고민했고 규칙적인 수유를 바라는 건 사치였다. 아이가 원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유를 했다. 이유식도 퍽 신경 썼다. 아내는 온갖 이유식 책을 보며 정성스레 만들어 먹였다. 이유식 기계도 들였다. 아이는 종종 아니, 자주 이유식을 뱉어냈고 충분히 먹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제 입맛에 맞는 갈은 사과 같은 것만 편애했다. 그런 식습관은 자라면서 계속 이어졌는데, 아이의 지랄발광이 힘겨웠던 우리는 아이에게 맞춰 식사를 제공했다. 김, 치즈, 달걀은 우리 구세주나 다름없다.

쟤는 진짜 누구 닮았지? 라고 종종 말하지만, 편식의 기원은 바로 나다. 사실 편식하는 아이를 보며, 반성과 자숙의 태도로 아이를 대해야 한다. 엄마의 증언을 빌자면, 유아기의 나는 이유식 속 생선살 따위를 골라 뱉어내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여튼 이상한건 꼭 닮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편식하면 빠지지 않는 아이였다. 더구나 편식을 꽤 디테일하게 했는데, 새우와 볶음밥은 좋아하지만, 새우볶음밥은 싫어한다거나, 참기름을 넣은 소고기 미역국만 먹었다. 김치찌개에도 꼭 돼지고기가 있어야 했다. 그래도 내겐 한줄기, 한가닥 희망 같은게 있었다. 제법 긴 시간 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란 유년시절이 그렇다. 사촌누나들 덕에 피자 치킨같이 야식을 제일 많이 먹은 시기기도 하지만,(그 때 찐 살은 아직 남아있다.) 편식하는 와중에도 할머니의 된장찌개와 나물 무침, 손맛이 담긴 반찬은 훗날 내 편식의 경계를 허물고 식사의 폭이 넓어지는 데에 큰 몫을 했다.

그러나 우리 큰 아이에겐 그럴 기회가 부족하다. 아내와 나 모두 반찬요리를 잘 할 줄 모를 뿐더러,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제 몸 건사하기도 벅차다. 대부분의 식사를 담당하는 아내는 이 상황을 극복하려 친구네 반찬가게에서 이런저런 반찬을 사다가 열심히 먹여보았지만, 대부분의 반찬은 혓바닥에만 살짝 닿았다가 무참히 버려지고 말았다. 너무 애쓰지 말자고 적당히 잘먹는 것 위주로 먹이며 살자고 서로를 위로 했지만, 여전히 빵이나 시리얼, 과일 같은걸로 아침을 때우게 할 때면 미안함과 불편한 마음이 우리 부부에게 찾아온다. 아내는 바쁜 와중에도 어떻게든 아이에게 채소라도 골고루 먹이고 싶어서 아이가 잘 먹는 볶음밥을 연구하고, 라면 하나를 끓일 때도 채수를 우리고 짜장라면엔 채소를 다져 볶고 소고기도 넣어가며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노력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배우는게 참 많다. 동시에 좌절도 많이 한다. 나란 사람의 바닥을 보는것도 지긋지긋하고 아이가 모난 행동을 하거나 못된 말을 할 때면, 다 내 탓인가 싶어 괴롭기도하다. 밥한끼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생각하나 싶다가도. 한편으론 ‘밥한끼’가 전부다 싶어, 징징대는 애를 붙들어 앉혀놓고 또 밥을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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