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2021. 7. 14. 10:12ㆍ끄적이다


나는 성산동 언덕배기 작은 빌라에 산다. 3년 전, 둘째가 다닐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고 있었고 첫째의 초등학교 진학을 고민하며 이사를 생각했다. 아내 일터인 성미산 학교 주변 동네가 산이 가깝고 조용해서 1순위 후보가 되었고 몇번의 탐색 후 이 동네로 이사오기로 마음을 정했다.

집을 정하고 고르는 일은 아내가 했다. 풀타임 근무자인 나보다 아내가 비교적 시간이 많았고, 처가의 도움을 받아 집을 사는 터라, 전적으로 아내 마음에 드는 집으로 정하는게 맞다 여겼기 때문이다.

어느 주말, 괜찮아보이는 집을 찾았다며 함께 가보자고 했다. 아이들을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페달을 밟아 동네에 도착했다. 자전거가 주요 이동 수단이었던 우리에게 언덕은 꽤 장벽처럼 느껴졌지만, 언덕위에 있어 가격이 비교적 저렴 했기에 감수해야 했다.

방은 조금 작지만 거실이 커 평수에 비해 집에 넓어 보이는 게 좋았다. 채광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당시 살던 집보다 채광이 좋은편이었다. 필로티 구조 2층, 아래에 아무도 살지 않아서 아이들이 뛰어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빌라 주차장 한켠에 길냥이를 돌보고 있는 흔적도 보기 좋았다. 길에 사는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구나 싶어 마음이 놓였다.

아내는 집을 보고 마음에 쏙 들었는지, 다른집은 보지도 않고 계약하자고 했다. 나는 정말 괜찮겠냐고 여러번 물었지만, 원래 그녀의 쇼핑 스타일이 그러하기에 더이상 보채지 않고 그러자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이사를 했고 성미산 자락에 3년째 살고 있다.

이 빌라를 살 때, 주변에선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말리는 이유는 다양했는데 요약하자면, ‘빌라는 자산가치가 없다’는 거다. 빌라는 집 값이 오르지도 않는데 왜 사냐며 전세로 살다가 아파트 청약을 넣으라고 말이다.
우리 부부가 경제 관념이나 재테크에 밝지 않지만, 몇가지 원칙은 있다. 불로소득을 바라지 않을것, 투기를 하지 않을 것. 투자와 투기, 자산소득과 근로소득의 사이에서 명확하게 옳은것이 무언지 결정하기 어렵다면 이건 하지 않겠다는 몇가지 원칙을 세우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토지는 하나님의 것이고 집은 사는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생각은 아직까지 변함이 없어서 그렇게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애쓸거다.

게다가 나는 아파트가 싫다. 대형 단지 아파트는 지어지는 과정에서 일종의 폭력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들은 조용하게 일상을 살던 빌라촌에 쳐들어가 재개발의 이름으로 그곳에 사는 이들의 일상을 부순다. 막대한 자본으로 건물과 빌라를 사들이고 힘과 폭력으로 사람을 내쫓는다. 나는 용산에서, 두리반과 궁중족발, 아현동과 녹번동에서 배웠다. 사는 것인 아파트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내쫒는지. 철거를 앞둔 녹번동 빌라촌 사람들의 눈물을 보고 아파트에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아파트를 더 지어야 한다고, 아파트를 더 사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빚을 내고, 영혼을 끌어 모으라고 말한다.

우리 가족은 성미산 자락 작은 빌라에 더 오래 살고 싶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에 마음 쓰지 않고 누구와 어디에서 ‘사는’게 더 중요한 삶. 그곳이 내가 거할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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